"응답하라 1988", 제5화 월동 준비
"응답하라 1988", 다섯 번째 에피소드는 세 엄마들 선영, 미란, 일화를 중심으로 하는 모성애의 이야기가 중심을 이루며 가슴 먹먹하지만 깊이 있는 따뜻한 전개로 시청자들도 함께 울고 함께 웃게 했던 감동의 장면들이 유난히 많이 펼쳐진다. 보라로 대표되는 당시 대학로를 중심으로 펼쳐졌던 데모들을 통해서도 젊은이들의 내고 싶었던 목소리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에피소드이다.
"응답하라 1988", 제5화 줄거리
독서실을 다니기 시작하며 늦게 돌아오는 덕선이 마냥 걱정스러운 정환이는 매번 잠을 이루지 못하지만 표현을 하지 못합니다. 다만 덕선이를 향한 커져가는 혼자만의 마음만 점점 확인해갈뿐 아무것도 하지 못합니다. 어느 날 정환은 다리까지 다친 선우가 집에 바늘과 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덕선이네 집에 반짇고리를 빌리러 간 것과 한영사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전을 빌리러 가는 것을 보고서 선우가 덕선에게 맘이 있음을 눈치챕니다.
친정 엄마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선영은 표 내지 않으려고 정환이네 집에서 쌀과 연탄 등을 빌려다가 채워 놓습니다. 딸의 힘든 형편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선우 외할머니는 화장실에 세탁기 위에 말없이 돈봉투와 편지를 두고 갑니다. 선우 엄마 선영은 그 봉투를 발견하고 편지를 읽으면서 그리고 친정 엄마와 통화를 하면서 하염없이 웁니다.
정환의 집 삼부자는 엄마 미란이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남자들입니다. 친정 엄마의 부상으로 미란의 이틀간의 외출로 미란의 잔소리가 없는 세상에서 자유를 만끽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역시 미란의 부재로 집은 온전히 유지될 수는 없습니다. 미란의 보기에는 삼부자가 너무 잘 지내는 것 같아 서운한 상태였지만 세 남자에겐 미란이 손길이 없어서는 안 된다고 표현합니다.
보라와 일화의 가슴 찐한 모녀이야기는 가슴을 뚫고 들어옵니다. 동일과 성균이 술을 마시러 간 사이 학생 운동을 하다가 외출 금지령이 내려진 보라는 다시 집을 나서게 되고 결국 경찰에 붙잡히게 됩니다. 엄마 일화는 보라가 없어진 사실을 뒤늦게 알고 보라를 뒤쫓아가다가 경찰에게 붙잡힌 보라를 보게 됩니다. 그때, 일화의 절규는 모든 어머니들의 울부짖음이 아닐까 합니다. 지금도 귀에 맴돕니다. " 우리 딸은 아닙니다. 우리 동네에서 제일 공부 제일 잘하는 아이입니다."
"응답하라 1988", 제5화 맘에 새겨진 나레이션
세상의 모든 부모에게 있어 자기 자식이 가장 똑똑하고 가장 잘나고 가장 예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특히 일화에게 보라는 그런 존재입니다. 없는 형편에 보라는 일화에게 유일한 희망 같은 존재입니다. 그런 딸 보라가 경찰에 연행되어 가고 일화는 어떻게든 막아보려 합니다. 그때 덕선의 나레이션이 시작됩니다. "가끔은 엄마가 부끄러울 때가 있었다. 엄마에겐 왜 최소한의 체면도 자존심도 없는지 화가 날 때가 있었다. 그건 자기 자신 보더 더 지키고 싶은 소중한 것이 있기 때문이라는 걸 바로 나 때문이란 걸 그땐 알지 못했다. 정작 사람이 강해지는 건 자존심을 부릴 때가 아닌 자존심마저 던져 버렸을 때다. 그래서 엄마는 힘이 세다."
선영이 엄마가 두고 간 돈을 보며 엄마와 통화를 하고 있습니다. 오열하는 선영의 모습에 나즈막히 깔리는 덕선의 나레이션입니다. "신이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 엄마를 만들었다고 한다. 엄마의 나이가 되어서도 엄마는 여전히 나의 수호신이며 여전히 엄마는 부르는 것만으로도 가슴에이는 이름이다. 엄마는 여전히 힘이 세다."
"응답하라 1988", 제5화 삽입곡과 마음에 남는 가사들
# 양희은의 "백구"
(일화가 저녁을 준비하고 동일이 시위대를 피해서 퇴근하던 장면. 길지만 아름다운 가사)
내가 아주 어릴 때였나 우리 집에 살던 백구 / 해마다 봄가을이면 귀여운 강아지 낳았지
어느 해에 가을엔가 강아지를 낳다가 / 가엾은 우리 백구는 그만 쓰러져버렸지
나하고 아빠 둘이서 백구를 품에 안고 / 학교 앞의 동물병원에 조심스레 찾아갔었지
무서운 가죽끈에 입을 꽁꽁 묶인 채 / 멍하니 나만 빤히 쳐다봐 울음이 터질 것 같았지
하얀 옷의 의사 선생님 큰 주사 놓으시는데 / 가엾은 우리 백구는 너무너무 아팠었나 봐
주사를 채 다 맞기 전 문 밖으로 달아나 / 어디 가는 거니 백구는 가는 길도 모르잖아
긴 다리에 새하얀 백구 음 음 / 학교 문을 지켜주시는 할아버지한테 달려가
우리 백구 못 봤느냐고 다급하게 물어봤더니
웬 하얀 개가 와서 쓰다듬어 달라길래 / 머리털을 쓸어줬더니 저리로 가더구나
토끼장이 있는 뒤뜰엔 아무것도 뵈지 않았고 / 운동장에 노는 아이들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줄넘기를 하는 아이 팔방하는 아이들아 / 우리 백구 어디 있는지 알면 가르쳐 주려 마
학교 문을 나서려는데 어느 아주머니 한 분이 / 내 앞을 지나가면서 혼잣말로 하시는 말씀이
웬 하얀 개 한 마리 길을 건너가려다 / 커다란 차에 치어서 그만 / 긴 다리에 새하얀 백구 음 음
백구를 안고 돌아와 뒷동산을 헤매다가 / 빨갛게 핀 맨드라미 꽃 그 곁에 묻어주었지
그날 밤엔 꿈을 꿨어 눈이 내리는 꿈을 / 철 이른 흰 눈이 뒷산에 소복소복 쌓이던 꿈을
긴 다리에 새 하얀 백구 음 음 / 내가 아주 어릴 때에 같이 살던 백구는
나만 보면 괜히 으르릉하고 심술을 부렸지 / 라라라라라 라라라라라
# 김광석의 "광야에서"
(데모 후 집에 들어온 보라를 동일이 혼낼 때)
# 이선희의 "달려라 하니"
# 이적의 "걱정말아요 그대"
(선우네 친할머니가 찾아와 막말을 하자 선영이 세 식구 잘 살 테니 상관하지 말라며 따질 때부터 나옴)
# 윤시내의 "공부합시다"
(덕선이 독서실에서 공부하기 위해서 주변을 정리 정돈하고 계획표를 열심히 짜는 장면)
# Europe의 "The Final Countdown"
(미란이 시골에 내려가기 전 살림 교육할 때와 예정보다 하루 먼저 터미널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세 남자가 집을 치우는 장면)
# 랜디 에델만의 "맥가이버"
(정봉이 각종 문제상황을 척척 해결할 때 나옴)
#A-Ha의 "Take On Me"
(선우네 외할머니가 찾아온다고 집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나옴)
# 김필의 "언젠간 가겠지"
(선영이 엄마와 통화하면서 울고 덕선의 나레이션이 진행될 때)
언젠간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 / 지고 또 피는 꽃잎처럼 / 달 밝은 밤이면 창가에 흐르는
내 젊은 연가가 구슬퍼 / 가고 없는 날들을 잡으려 잡으려 / 빈 손짓에 슬퍼지면
차라리 보내야지 돌아서야지 / 그렇게 세월은 가는 거야 / 나를 두고 간 님은 용서하겠지만
날 버리고 가는 세월이야 / 정 둘 곳 없어라 허전한 마음은 / 정답던 옛 동산 찾는가
언젠간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 / 지고 또 피는 꽃잎처럼 / 달 밝은 밤이면 창가에 흐르는
내 젊은 연가가 구슬퍼 / 가고 없는 날들을 잡으려 잡으려 / 빈 손짓에 슬퍼지면
차라리 보내야지 돌아서야지 / 그렇게 세월은 가는 거야 / 언젠간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
지고 또 피는 꽃잎처럼 / 달 밝은 밤이면 창가에 흐르는 / 내 젊은 연가가 구슬퍼
존재만으로도 좋은 엄마, 그 엄마들의 깊은 감동 이야기가 보는 내내 눈물샘을 자극했던 에피소드였습니다. 가난하지만 따뜻하게 살 수 있었던 그 시대의 드라마가 팍팍한 이 시대에 들려주고 싶은 우리의 이야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